완벽한 타인 줄거리
완벽한 타인의 초반은 네 명의 어린아이들이 호수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아이들은 월식을 구경합니다. 그리고 34년이 지나 다시 월식이 오는 날 이 친구들은 모임을 가지기로 합니다. 석호와 아내 예진이 새로 집을 장만했기 때문입니다.
집들이를 위해 친구들은 모여듭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 가지 게임을 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다 꺼내서 저녁 식사 시간 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 메시지, 이메일을 전부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생활을 전부 드러내자는 것입니다. 이 막장 진실게임에 등장인물들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완벽한 타인이 훌륭한 것은 완벽에 가깝게 인간관계의 허망함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친구라는 것만큼 이상한 관계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만나보면 나오는 에피소드는 모두 학창 시절의 것. 혹은 과거의 몇 가지 사건에만 머물러있고 그걸 되풀이하면서 추억을 팔고 서로 안부를 묻는 정도에서 끝나는 오락에 가까운 관계가 됩니다.
가깝지만 멀고, 의지하고 싶지만 피하고 싶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를 가늠하고 때로는 과시하고 멸시하고 무시당하는 이상한 관계입니다. 어쩌면 인간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허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관계나 인연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던 연인도 서로 없으면 죽을 것처럼 애를 타지만 헤어지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 현실인데 하물며 친구관계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리고 이 영화는 인간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트집 친구 관계에 대한 발칙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그 얇음을 웃음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영화 그것이 완벽한 타인의 정체입니다.
뛰어난 각본과 성공적인 스토리
완벽한 타인은 2016년에 나온 이탈리아의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리메이크입니다. 가벼운 코미디 안에 의미와 질문을 담고 있는 영화가 바로 완벽한 타인입니다. 영화관에서 소리를 내면서 웃은 적이 얼마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타인은 시종일관 관객의 웃음보를 습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코미디 영화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들을 생각해보면 완벽한 타인은 정말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타인은 꽤 완성된 위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뛰어난 것은 바로 각본입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주고받는 대사들로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자아내는 능력은 아무리 리메이크라고 해도 대단했습니다.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전개와 중간 중간 삽입된 소품과 트릭들이 주는 존재감도 훌륭했습니다. 주고받는 눈빛도 예사로운 것이 하나도 없고 중반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그야말로 탄탄한 각본이란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 말을 하면 입이 아플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해진입니다. 기존의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가 아니라 꽤 신경질적이면서 가부장적인 인물을 묘사하는데 깜짝 놀랄 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이서진 역시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경박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김지수는 시종일관 고혹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염정아는 작품을 거의 리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조진웅도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하윤도 작품 내내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역할을 소화한 윤경호는 후반에서 빛을 내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이 영화는 후반부에서 비틀거리며 무너지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사실상 영화의 등장인물이 이 7명이 전부입니다. 물론 목소리만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대단하지만 실질적 등장인물은 아닙니다. 단 7명의 배우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학습된 것이기는 하지만 연출해내기는 어렵습니다. 예전에 개봉한 더 테이블이라는 영화는 옴니버스의 방식으로 한정된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주기는 했지만 완벽한 타인과는 방식도 이야기도, 지향하는 것도 다릅니다.
그렇기에 완벽한 타인은 무적 경제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관객들도 오히려 이 작은 이야기 소품 같은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습니다. 순수하게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방식.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최근 등장한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한국 영화 같지 않은 영화입니다.
물론 외국 작품의 리메이크이지만 이런 퀄리티로 만들 수 있고 배우들이 이만큼 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면 이런 리메이크는 계속 해야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도 후반으로 가면서 무너지는 부분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조금 더 완벽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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